태양절 이후 북한의 선택과 주변국의 대북 전략

by master on Apr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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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 이후 북한의 선택과 주변국의 대북 전략

 

 

전재성(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정치외교학부 교수)

 

광명성 3호 발사와 실패,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으로 이어진 4월의 긴장국면이 잦아들고 있다. 발사실험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수준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발사실험을 비판하는 의장성명의 내용에 신속히 합의하여 발표하면서 제재를 둘러싼 논란도 일단 봉합되었다. 북한은 예상과 달리 실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태양절 행사를 순조롭게 진행하여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출과정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하는 민주국가의 정치체제와는 달리 선출 이후에 정당성을 획득해야 하는 수령체제에서 4월의 정치일정은 북한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정치적 성격 강했던 <광명성 3> 발사

 

2.29 합의 직후에 광명성 3호 발사 실험을 한 이유에 대해 많은 예측이 제시되었으나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다. 앞뒤의 정황으로 이유를 추정해야 하는 것이 북한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 가운데 설득력 있는 논의는 과거 1, 2차의 미사일 실험보다 국내정치적 요인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국내정치체제가 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북미 간의 타협에 미사일 실험을 카드로 이용했던 김정일 체제와는 달리 광명성 3호의 발사는 국내정치체제의 안정, 경제강국 건설의 과학적 기초라는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도 정권을 둘러싼 선거과정에서 많은 무리수를 두곤 한다.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외관계를 훼손하는 일도 종종 있다. 국내적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의 경우 최고사령관의 지위에 조선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위를 새롭게 더하여 당군정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성과물이 필요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민심에 기초한 일심단결을 강조하고, “민심을 틀어쥐고 모든 사업을 혁명대오의 일심단결을 강화하는데 지향시키고 복종시켜 진행해나가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지지가 긴요함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권력 승계의 최대 고비점인 태양절을 넘긴 김정은 체제의 국가전략이다. 첫 번째 정책은 대미관계였다. 북한은 2.29 합의가 결렬되었다고 밝히고 모든 대응조치를 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처음부터 평화적 위성 발사는 2.29조미합의와 별개의 문제이므로 조미합의는 끝까지 성실하게 리행할 것이라는 립장을 거듭 천명하고 실제적인 리행조치들도 취하였다고 말하면서, 미국이 식량제공을 중지, UN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등으로 합의를 깨고 적대행위를 주도하였다고 비판하였다.

북한이 말하는 조미합의에서 벗어난 필요한 대응조치들속에 3차 핵실험이 포함될 것인가를 둘러싸고 주변국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문제는 광명성 3호가 이전의 미사일과 다른 의미를 가졌듯이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핵실험은 과거와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일 체제 하의 미사일과 핵실험은 핵선군정치라는 국가전략과 대미 전략 하에서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계산된 행위였다. 6자회담 및 북미핵협상과 궤를 같이 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기저에 놓여있었다. 그 목적이 바람직한가의 문제와는 별도로 주변국들은 북한이 도모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 실시되는 핵실험은 이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 될 것이다. 광명성 3호의 실험은 국내정치적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고 치더라도, 핵실험은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과연 김정은 정권이 김정일 체제와 똑같은 체제적 속성과 대외전략을 가지고 핵실험을 감행할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북한의 생존전략, 대미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사일 실험에 대한 반발적 후속조치로 핵실험을 감행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김정일의 유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길잡이가 되지 못할 것이므로 이제는 김정은 체제 스스로가 상황평가와 전략수립에 기초하여 다음 단계의 대외전략을 수립해야 할 차례인 것이다.

 

김정일 유훈, 시간 지나면 길잡이 못돼

 

현재까지 김정은 체제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힌트는 415일 김정은의 연설이다. 연설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께서 펼쳐주신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길을 명시하고 이에 따라 곧바로 나아가는 여기에 우리 혁명의 백년대계의 전략이 있고 종국적승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이전 체제와는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선군을 강조하는 전체의 취지는 일관되어있다. “우리가 선군조선의 존엄을 만대에 빛내이고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위업을 성과적으로 실현하자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해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 하의 대외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아 생존할 가능성이 있을까? 이미 김정일 사망 이전에도 핵선군정치의 경제적 부작용과 새로운 차원의 북미 간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김정일 정권은 작년 말부터 적극적인 대미 협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현재에는 결렬상태에 있으나 우라늄 농축 금지, IAEA 사찰단 활동 재개 등을 토대로 한 대미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이고자 하였다. 김정은 정권 역시 한편으로는 선군과 자주의 길을 강조하면서도 선경제와 대미협상의 길을 걸어가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최대의 관건이다.

한 가지의 변화는 평화의 필요성에 대한 김정은 체제의 강조이다. 김정은의 연설에서 주목을 끄는 점은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총적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에 있어서 평화는 더없이 귀중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합니다라는 구절이다. 이는 이후 안보리의장성명 배격 성명에서도 반복되었다. , “평화는 우리에게 더없이 귀중하지만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은 더 귀중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원하는 평화가 어떠한 요소들로 구성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핵실험을 둘러싼 북미 간의 긴장 국면 속에서 달성될 수 없음은 명확하다. 따라서 김정은의 연설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것이며 조국통일의 력사적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적이고도 인내성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 체제가 선군체제로 자리잡기까지에는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빠른 속도로 공식적인 권력계승 작업을 마감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명확한 결정을 요구하는 사안들이 산적해있다. 김정은 체제가 추구할 국가전략의 방향을 둘러싸고 다양한 모색이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러한 모색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의 경쟁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김정일 체제 초반과는 다른 중요한 요소이다.

 

북한 새로운 전략 모색기주변국 대북정책 매우 중요

 

태양절 이후 북미관계의 향방을 둘러싼 내부 전략 모색기에 주변국의 대북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국의 정책이 북한 내부의 전략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다양하고 상이한 정책집단들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대통령 선거 주기의 마지막 국면에 놓여있다. 이명박 행정부는 그간의 대북 원칙적 관여정책을 흔들림 없이 마무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의 정권 변화가 전략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전략의 기본 노선을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의 해결을 섣불리 도모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가 대선 구도에 호재로 작용하기 힘든 사안이며, 다만 악재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권 초반의 주기와 한미의 정권 말기의 주기가 만난 것은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한미 양국이 많은 정책 자원을 투자하여 북한의 향후 국가전략 모색과정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북한은 사실 광명성 3호 발사를 둘러싸고 한국을 격렬히 비난한 바 있으며, 북미 합의에 대한 부분에서도 미국이 대북 적대행위를 주도하였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앞으로 북한은 광명성 발사로 조성된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 환경 조성을 위해 평화를 강조한 만큼, 주변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에 상응하여 한국은 김정은 체제와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어떻게 해나갈지 보다 심각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 문제의 정치적 성격을 인식하고 동북아에서 북한의 지위에 대한 청사진을 상정해야 한다. 장기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현안을 둘러싼 대북 관계 수립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태양절 이후 북한 내 다양한 세력들이 향후 국가전략을 놓고 경쟁하는 국면에서 한국의 전략적 대안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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