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학세미나
통일학 연구의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고 지평확대를 위한 국내외 학자 및 전문가 초청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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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통일연구소 제 11차 통일학 세미나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습니다.

- 주제: 북한관련 해외자료 수집 현황

- 발표자: 조한범 박사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

- 일시: 2007.9.11 오전 11:00-13:30

- 강의내용

<해외자료로 본 북한체제의 형성과 발전>
                              
조한범 (통일연구원)

  냉전체제에서 북한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연구는 사실상 금기의 영역에 속했다. 학술적 연구에서도 북한은 ‘북괴’라는 전투적이고도 가치함축적 용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점에서도 냉전기 남한의 북한연구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남북한의 첨예한 대치속에서 북한연구는 북한사회의 모순을 증명하고 남한사회의 우월성과 정통성을 확인해야하는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회주의체제의 몰락과 냉전체제의 해체는 한국의 사회과학계의 북한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였다. 이는 냉전체제에서 강요되었던 학문적 금기영역에 대해 보다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해 지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한국사회의 민주화추세와 사회주의권의 몰락은 1980년대 이후 북한연구의 지평이 확대되는 배경이었다. 대북포용정책의 적극적 추진과 남북정상회담 등 외적인 환경의 변화 역시 북한사회연구의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사회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 비해 양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사회연구는 중요한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적될 점은 북한연구의 분야와 방법론의 제한된 영역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체제의 형성과 발전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 연구는 활성화되기 어려웠으며, 사회·경제사 연구의 풍부한 방법론들이 적용되어 어려웠다. 이는 근본적으로 북한체제의 철저한 폐쇄성에 일차적으로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냉전체제가 해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스탈린주의와 전체주의적 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전 지구적 차원의 세계화의 추세속에서도 은둔자적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지도자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로 비추어 지고 있다. 기아에 까지 다다른 북한내의 구조적 위기와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으로 북한내 실상이 조금씩 외부세계에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도 북한 전체의 실제상황을 그려내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며, 북핵위기와 미사일발사실험 등을 둘러싼 북한의 대외적 행보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과제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점들은 북한이 장기간 외부와 차단된 채 폐쇄적 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그 실상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들이 부족하다는 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전문연구자들에게 조차 이해하기 힘든 어떤 ‘특수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에 스스로 부여한 ‘우리식’이라는 형용사적 표현은 북한의 특수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또 다른 상징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체제의 폐쇄성과 예외성은 북한연구에 있어 방법론적 예외주의와 특수주의적 관점이 적용되는 기본적 요인이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 남한의 북한연구를 지배했던 것은 1950년대 까지 서구사회를 지배했던 방법론적 예외주의와 전체주의였다. 북한은 예외이자, 남한의 정통성에 반하는 모순된 체제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첨예한 남북 대치구조와 반공문화속에서 북한의 현실에 대한 접근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결과 북한의 특정한 모습이 부각되었고 편견이 북한연구를 지배했으며, 사실상 진지한 학문적 연구의 성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이는 1980년대 이후의 ‘북한바로알기’라는 새로운 흐름을 자극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50년대에 까지 서구에서 사회주의사회에 대한 연구는 방법론적 예외주의속에 놓여있었다. 이와 같은 시각에 의하면 소련을 중심으로한 사회주의국가들은 정상적인 경로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국가들이었으며, 따라서 사회주의연구에 적용된 방법론들은 자본주의나 다른 체제의 연구에 적합하지 않은, 다시 말해서 일반성을 지니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연구에 있어서 1930년대에서 50년대를 지배했던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전체주의’ 접근방식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다. 전체주의적 접근방식에서 사회주의는 전체주의의 한 아류로 취급되며, 사회주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체제에서 벗어난 ‘일탈체제’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전체주의적 접근방식이 지니는 사회주의체제연구에 대한 근본적 한계로 인해 사회주의연구는 점차 사회과학일반의 다양한 접근방법의 발달을 자극했으며, 궁극적으로 소련학(sovietology)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물론 소련학 역시 사회주의의 지속성에 지나치게 안주함으로써 사회주의의 해체와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니게 되었으나, 사회주의자체제 대해 풍부한 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의 체제전환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transitology)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북한사회연구에 있어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석은 ‘예외적인 북한’이다. 많은 연구들에 있어서 북한은 ‘남한과도 다르고 다른 사회주의와도 다른 예외적 존재’로 다루어져왔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로서가 아니라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마법과 신격화된 김일성의 통치력에 의해 유지된 ‘이상한 나라’로 인식되어왔다. 그리고 우리식 사회주의체제의 고수와 부자세습이라는 근대사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권력세습의 과정은 북한을 더욱 기이하게 만드는 또 다른 재료들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남한내의 진보와 보수학계를 망라하고 ‘북한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주의체제로부터도 떨어져 있는 특수한 사회’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는 ‘북한 특수주의’로 남한학계에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북한 특수주의의 중심에는 김일성과 주체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김일성과 주체사상의 연구는 곧바로 북한연구와 동일시되어왔으며, 북한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내는 만능열쇠의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사회주의체제로서 지니는 일반적 특성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다. 이와 같은 북한 특수주의는 북한연구에 대한 상당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분석과 평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사회주의북한으로서 일반성의 규명이 미흡했던 것은 상당부분 북한연구의 객관성확보를 위한 실증적 자료에 대한 접근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외부의 관찰자들이 북한현실에 대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북한이 외부에 공개하는 정보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외교 등 제반 분야에 관한 신뢰할 만한 1차 자료의 확보는 북한연구자들에게 해결해야할 1차적 과제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내의 1차자료의 수집이나 북한현실에 연구목적상의 직접적 접근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해외소재 북한자료의 중요성은 북한내부 자료에 대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북한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증적 자료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북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경우 상당한 관련자료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연구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수집, 정리, 그리고 분석작업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폐쇄적인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을 지닌 북한의 내부 공식문건들이 체제옹호적인 과장과 의도적 오류들을 포함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해외 소재 북한자료들은 제 3자의 시각에서 다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문헌자료와 더불어 해외소재 북한관련 인사들의 구술자료 또한 자료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해외의 각 지역에는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북한체제의 형성과 발전과정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과 고려인들의 경우 북한과 특수관계를 지닌 관련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구술원으로서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외교 또는 경제적 관계 등으로 북한과 관련된 직접적 경험을 가진 구 사회주의권 국가의 인사들도 구술원으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문헌자료와 마찬가지로 이들 해외거주 북한관련인사들 대해서도 체계적인 구술자료수집작업이 수행되어 오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해외거부 북한관련인사들의 경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술자료확보의 경우 시급성을 요하는 연구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을 모태로 한 연구진이 2002년부터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3년간 수행한 해외소재 북한자료 수집사업 “북한 사회주의 체제 형성ㆍ변화에 관한 해외문헌 및 구술자료 수집ㆍ발굴과 Data-Base 구축사업”(KRF-2002-072-BM1021)
은 이와 같은 해외소재 북한자료의 중요성에 주목, 북한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실증적 1차자료의 확보를 목적으로 시도된 것이었다. 북한관련 자료의 한계를 체감하며 해외소재 문헌·구술자료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던 연구진에게 2002년 처음으로 시행된 한국학술진행재단의 인문사회분야 기초학문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은 매우 의미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통일연구원의 연구진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대학, 관련 전문학자들로 구성된 학제간 공동연구진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토대로 통일연구원에 ‘북한기초연구사업부’를 설치하여 관련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당초 연구진의 계획은 3년간에 걸쳐 한반도 관련 주요 국가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와 체계적인 자료수집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신청예산도 이에 따라 편성된 것으로 규모가 큰 대형사업에 해당했다. 그러나 신청예산의 삭감으로 인해 연구진은 당초의 연구계획을 일정부분 수정해야 했으며, 따라서 수집자료의 목표치도 상당부분 축소헤야 했다는 점은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원예산을 토대로 연구진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구 동독지역을 담당하는 5개의 해외지역 연구팀과 국내의 자료를 전담하는 1개의 연구팀 등 총 6개의 세부 연구팀을 구성하였다. 국내 연구팀의 구성은 자료의 중복수집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자료의 현황 파악 등 기초조사와 아울러 국내의 중요 구술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연구진의 연구사업범위는 연구예산의 제약속에서도 광범위한 지역과 시기를 망라 했다는 점에서 관련연구에 있어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또한 연구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의 대부분이 북한연구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유용성을 지니고 있음과 아울러 국내연구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 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사업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사업진행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를 기초로 발표된 논문들은 언론으로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특히 연구사업진행중 발굴, 출판된 알마티 거주 정상진 선생의 「아무르만에서 부르는 백조의 노래」 통일연구원 편, 「아무르만에서 부르는 백조의 노래」(지식산업사: 2005)
가 제 3회 나라안팎 기록문학상을 수상한 점은 연구사업의 의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귀중한 구술자료를 제공해주신 김남식 선생과 알마티 거주 양원식 선생은 자료의 출판은 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하셔서 연구진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주었으며, 동시에 소멸의 위기에 처한 북한관련 구술자료 수집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본 연구논문집을 비롯한 7종의 통일연구원 기초연구총서는 연구과정에서 수집된 문헌과 구술자료, 그리고 관련 연구논문집으로 구성되어있다. 해외지역의 문헌자료집은 구 동독지역의 기밀문서와 사진을 담은 번역자료집 1종과 중국, 미국, 일본의 문헌자료를 모은 번역자료집 1종 등 2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술자료집의 경우 독일과 일본의 관련인사들의 구술자료를 모은 자료집 1종, 중국조선족의 한국전쟁 참전 경험을 담은 구술자료집 1종, 그리고 국내거주 북한관련 인사의 구술자료집 1종 등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7종에 달하는 출판물은 연구사업에서 수집된 자료의 일부분만을 활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수집된 자료활용에 있어 무한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출판되지 않은 수집자료의 대부분은 북한 연구에 있어 중요한 1차 자료서의 유용성을 가진 것들로서 독자들은 통일연구원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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