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인사
 
21세기 한반도는 다양한 문제들과 역동적인 가능성이 공존하는 현장입니다. 탈냉전과 세계화의 격랑 속에서 평화와 통합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해묵은 불신과 대립이 반복되는 상황이 국내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런 착종의 한가운데에 이른바 북한문제와 한반도의 평화체제 문제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원장님2.jpg
   
사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19세기 중엽부터 세계 열강의 침략이 시작된 이래 식민주의적 탐욕과 이에 맞서서 인간적 삶을 지키려는 저항의지가 부딪쳐 각종 분쟁과 전쟁이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지난 세기 중반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평화의 이념들이 부딪쳐 다시 한번 커다란 전쟁의 참화를 겪었고, 고통이 큰 만큼 평화를 위한 희망이 우리의 생활세계를 지배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희망은 실현되지 못한 채 냉전과 분단이 만들어내는 각종 비평화적 상황에 노출되었습니다. 상황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함께 모으는 학제적이고 융합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008년부터 평화연구를 시작하였고, 2010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사업의 일환으로 평화인문학 연구단을 구성하여 한반도 문제에 기초한 새로운 평화학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평화는 고전적 의미의 정치군사적 평화를 넘어서서 화해와 신뢰, 관용과 배려를 포괄하며, 인간적 안보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장하는 적극적 평화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평화학은 인간적 삶이 갖는 존엄성과 총체성에 기초하면서 역사적 경험과 철학적 통찰력, 그리고 문화예술적 감성이 어우러진 녹색평화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를 위하여 냉철한 사회과학적 분석에 기초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우리의 평화인문학은 한국적 경험에 충실하면서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는 일천한 한국의 평화학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고, 또 단지 학술적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질서를 위한 실천적 지혜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평화학 강좌를 열고, 시민들을 위한 평화인문학 총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늘 따끔한 질책과 애정 어린 성원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5월
평화인문학 연구단장정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