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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평화의 서 세미나를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진행했습니다.

 

- 일시: 2012.5.1(화) 16:00~18:00

- 장소: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세미나실

- 텍스트: 와카쿠와 미도리 <사람은 왜 전쟁을 하는가?: 전쟁과 젠더>

 

 

<세미나 토의내용>


∘ 긴 역사적 호흡으로 인류사를 바라보면 ‘가부장제’는 “고작 몇 천 년 전에야 등장한 일시적인 제도”(55)에 지나지 않는다. 미도리는 과거의 모계제 사회에서는 전쟁이 없었다는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공격 본능을 전제로 한 상시적 전쟁 가능성 논의를 일축하고 전쟁과 폭력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가부장제 해체가 갖는 중요성을 역설한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결속의 세계”(107)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가부장제로 ‘구성된’ 세계(관)의 전면적 해체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 (생물학적 접근과 구분되는) 구성주의 시각에서 볼 때 가부장제는 젠더에 의한 성별 역할 분업을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 위계, 우열의 관계를 제도화하고 고착화시키는 다양한 설득 기제들(교육제도, 결혼제도, 종교, 군사제도, 담론조작 등)의 집합이다. 또한 가부장제는 남성 우위의 편향성에 근간한 사회화 프로그램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는 공식적인 제도(혹은 공공의 영역)의 차원에서 뿐 아니라 일상삶의 미시적 차원에서도 뿌리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가부장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물학적 남녀의 경계를 가로질러 모두에게 공통적인 생명 존중,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 타자의 죽음에 대한 연민 등을 포괄하는 ‘인간성’이 ‘나약함’이나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열등한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 엄격하게 정의된 성역할에 대한 강제적 구분, 즉 남성 본위의 성제도에 의해 남녀 모두를 포함하여 개인의 잠재적 능력이 억압되거나 불구화되고, 남녀 간 협조 영역이 협소화되는 동시에 양성이 서로에게 경멸과 적대감을 키우게 되었다.

 

∘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여성에 대한 지배/억압의 주체로서 단순하게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남성이 가부장제에 강제로 포섭되고 있는 지점들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예컨대 미도리는 남성은 젠더 분업으로 인해 “생명과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그것을 경멸함으로써 생명의 창조와 유지, 자연과의 교감을 상실하는 중대한 결손”을 입었고 그 결과 “고통 없이 생명을 파괴하고 아픔 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불구자”가 되었다고 설명한다(193). 바로 이러한 지점들을 제대로 파악할 때 비로소 가부장제 해체의 담론과 운동이 단순히 여성 해방을 위한 것이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 S. Brownmiller는 “전쟁의 역사는 소름 끼치는 성폭력의 역사”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주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젠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역사 기록의 주체는 ‘남성’이었다. 미도리가 말하듯이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전쟁사/전쟁론에서 성폭력사/성폭력론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가 없었던 것이며, 역사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대안적 역사기술의 실천이 요구된다. 이때 한 가지 더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여성주의 시각에서 전쟁과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가부장제의 구체적 결들과 의미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남성사’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이 책에서(특히 5장에서) 우리는 전쟁 속의 폭력 현상 그 자체에 주목하는, 즉 전쟁에서 일어나는 폭력 현상의 고유한 역동적 성격을 자세한 관점에서 살피려는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는 <폭력사회>를 쓴 조포스키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폭력에 대한 개념정의나 이론적 설명에 앞서, 구체적 사태로서의 폭력이 갖는 총체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통해 도대체 폭력이 어떠한 것인가에 관한 실존적 고민을 자극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도리처럼 여성주의 시각으로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해체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이를 부정하는 ‘우익’에게는 애초에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제의 구체적 맥락과 내용, 그리고 그러한 구체성 속에서 나타나는 역설과 아이러니의 지점들을 잘 드러낸다면 그러한 시도들이 단순하게 ‘진영 담론’으로 치부되는 위험성을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 만일 저자의 ‘전쟁과 젠더’의 논의를 독일 파시즘과 연결시켜 이해하면 흥미로운 설명을 도출할 수도 있다. 예컨대 ‘남성적 유대’의 발현을, 파시즘이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지게 만든 주요한 배경 요인으로 보는 식의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 저자는 젠더의 관점에서 전쟁 시 발생하는 성폭력이 여성을 타자화/사물화하는 젠더 계층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논구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논의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쟁 시 성폭력과 관련하여 젠더 계층제(혹은 가부장제)가 특정한 역사적 장소와 시점, 그리고 각 지역 별로 고유한 문화전통적 맥락 속에서 인종, 종족, 식민주의, 계급 등 여타의 요인들과 결합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비교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더라면 보다 풍부한 함의를 갖게 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부분에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 이 책은 ‘가부장제 남성 지배 구조’라는 저자 나름대로 설정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책을 어느 수준에서 자신의 실천과제로 받아들이느냐, 그리고 어떠한 형태의 가능한 ‘행동’을 고민할 수 있느냐 가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왜 전쟁을 하는가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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