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전문가 분석 통일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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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국제고려학회 참관기(중국 광저우 광동외무외어대학, 2013.8.22.~23)

 

 

광저우 국제고려학회를 다녀와서

 

김병로(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북한학자 9명과의 토론

 

2013822~23일 중국 광저우 광동외어외무대학에서 개최된 제11차 국제고려학회에 우리 연구소의 장용석 박사와 함께 참석하였다. 2년 마다 개최되는 국제고려학회는 남북한 학자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한국학 및 조선학 연구자들이 모여 정치와 경제, 사회와 교육, 역사와 문학, 언어와 철학, 종교 등 여러 분야의 토론을 진행하는 학술모임이다. 국제고려학회는 북한학자들이 매회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 때문에 높은 관심을 끌어 왔고, 이번에도 북한에서 조선사회과학원 소속 학자 9명이 참석하여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년과 비교하면 북한학자들의 참석 규모는 작았다. 런던이나 벤쿠버 대회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에는 10여명 내외의 소수 북한학자들이 참석하였지만 심양이나 상해처럼 가까운 지역에서 개최된 회의에는 30명 혹은 20명 이상의 북한학자들이 대거 참석하곤 하였다. 그러한 전례에 비춰보면 9명이란 숫자는 접경국인 중국에서 개최하는 것 치고는 너무 적은 느낌이었다. 더욱이 벤쿠버 대회에 참석했고 이번에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을 발표하기로 했던 심승건 박사가 개인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북한경제의 대가인 리기성 박사도 참석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학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왜 소극적 태도로 임했는가에 대해 알게 되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핵무력에 대한 공개발언 자제

 

이번에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바로 북한학자들이 핵문제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력 건설에 관해 발표하기로 했던 심승건 박사는 아예 참석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해 발표한 강철민 박사는 논문에 쓰여 있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 ‘핵강국등이 들어가는 문장은 모두 건너뛰며 읽지 않았다. 이는 지난 331일 노동당 정치국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행동이었다.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무척 자랑하였다. 20124월 헌법에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선언하고 올해 들어 3차 핵실험을 한 이후에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을 발표하며 로동신문과 조선신보 등의 여러 곳에서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였다. 이런 정황 때문에 학술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팜플렛에 나와 있던 심승건 박사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논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대로 논문발표자가 참석하지 않았고 다른 발표자도 핵무력 병진노선에 대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이 최근 전술적으로든, 전략적으로든 정책이 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지난 522~25일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618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 이후 핵무기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된다. 여기에는 중국의 외교적 설득과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의 대북압박 결과는 6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대남 대화제의를 전격적으로 선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616일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 형식으로 비핵화의지를 재천명하며 미국에 대해 고위급회담을 제의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변화가 워낙 최근의 일이라 학자들의 개별논문에 미처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변화 때문에 북한학자들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학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과 크지 않다

 

두 번째의 관심은 최근 북한의 경제성장과 발전계획에 관한 것이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2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근래 북한경제 성장의 주요인은 중국과의 무역증대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으나, 북한내부의 생산능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큰 관심사다. 식량증산 부분에서도 중국으로부터의 비료수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CNC 등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생산력 증대 부분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 궁금하였다.

 

강철민 박사는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최근 북한경제 성장의 핵심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초고전력전기로, 주체철 생산체계, CNC기술, 핵기술, 우주기술 등을 비롯하여 9축선삭가공, 10축가공 등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여 전망이 밝다고 하였다. 이집트 오라스콤사와 체오합작회사 등 합영·합작을 통해 선진기술을 받아들여 정보화 측면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기술개발의 성과들이 농업과 공업 부문에 적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상품생산의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북측학자들은 개발한 첨단기술들이 상품화되고 상업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렇다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기술개발을 통해 인민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달라진 또 하나의 특징은 주체사상에 관한 부분이었다.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부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이전에도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공식화하고 김일성의 혁명사상을 주체사상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대개는 대외적으로 김일성주의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여, 대내적으로는 김일성주의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해외에서는 주체사상이라는 용어를 선호하였다. 20124월 개정헌법을 김일성-김정일헌법으로 선포하며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공식화하였으며, 김일성주의연구실도 김일성-김정일주의연구실로 모두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주시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북한이 주체사상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보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빈번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사회 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을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해외에 조직되어 있는 주체사상연구소조라는 것도 모두 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소조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어떤 변화가 진행될지 궁금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3년 북한인들의 주체사상 자부심은 63.8%51.9%로 떨어졌다. 이러한 하락이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 내에서 지난 1년 동안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전환하고 대대적인 학습을 한 결과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맑스-레닌주의처럼 김일성-김정일주의가 과연 북한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보편적으로 사용될지 두고 볼 일이다.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북한학자들의 높은 관심

 

재작년 벤쿠버 대회에 이어 이번 광저우 대회에 소수의 북한학자들이 참석하였지만 오랜만에 만나 학자들의 눈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전해지는 뒷얘기로는 지난 814일 남북당국간에 개성공단 재개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북한이 이 분위기를 깨드리지 않으려고 학술회의에 매우 신중한 태도로 임했다고 한다. 한 북한 학자는 첫날 저녁 만남에서 작은 것부터 협력하여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거듭 강조하며 신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정작 서울에서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북한사람들이 먼저 신뢰프로세스를 들고 나오니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햇볕정책도 비핵·개방·3천도 신랄하게 비판하던 북한이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만은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나오니 탈냉전 이래 남북관계가 언제 이러한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20138월 북한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가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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