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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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정국에서 휘황한 설계도내놓을 당 제7차대회

: 2016년 북한 신년사 분석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북한의 신년사 분석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터져 나온 제4차 수소폭탄 핵실험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다. 핵실험 정국 속에서 북한의 신년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곤혹스럽다. 그럼에도 북한이 연간 정책방향으로 내놓은 신년사이니 핵실험에 대한 논란을 염두에 두고 글을 전개해 보겠다.

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 동안 국가가 지향하는 바를 제시하는 정책방향으로 연초부터 모든 기관과 주민들이 그 내용을 암기하고 숙지해야 하는 최고지도자의 지침이다. 올해에도 기존의 형식을 따라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해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당 창건 7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를 회고하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과학기술전당, 미래과학자거리 등 대형 건설사업과 금속공업의 주체화, 자체 생산한 비행기와 지하철, 수산물과 과일 생산 등의 성과를 치하하며, “전반적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진격로를 열어놓았다고 평가하였다. 여자축구 등 체육 분야의 성과와 당창건 70주년 준비에 기여한 청년들의 헌신적 역할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하며 자축하였다.

  올해의 방향에 대해서는 5월에 개최될 당 제7차대회를 언급하여 당대회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하고 종합적 경제개발계획을 시사하는 휘황한 설계도를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를 올 한해의 구호로 제시하였고, 이를 위해 전력, 석탄, 금속, 철도 등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독려하였다. 특히 농축수산과 경공업 부문의 생산을 증대하여 인민생활향상을 도모하겠다고 다짐하며 작년 당창건 70주년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인민을 다시 강조하였다. 이어 정치사상, 국방, 과학기술, 체육, 청년 등 여러 분야의 정책을 제시한 후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자주적 통일노력을 촉구하였다.

   신년사가 여러 분야의 정책방향과 내용을 담고 있으나 최근 몇 년의 흐름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신년사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예년과 달리 핵이나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자제한 흔적이 역력하다. 둘째는 경제부문에 대한 강조가 매우 간명하면서도 돋보인다. 셋째는 남북대화와 통일을 언급하고 있으나 과거처럼 절박하지는 않다는 점 등이다.

 

1. 핵과 병진노선 언급에 대한 의도적 자제

 

   최근 몇 년의 흐름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핵관련 발언과 병진노선에 대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자제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당의 병진로선을 관철하여,” “최첨단무장장비들을 적극 개발하고,” “핵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지고등의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올해는 그러한 표현을 전혀 동원하지 않았다. 물론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 생산등을 적시하였으나, 핵무력 개발과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것은 상당한 변화라 할 수 있다.

핵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이러한 변화는 이미 작년 10월 당창건 70주년 연설에서도 감지되었다. 그 자리에서 핵무력에 대한 언급이나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한 표현 대신, ‘경제-국방 병진노선으로 대체하며 핵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자제하였다. 류윈산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해 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외교적 배려라는 해석도 있고, 단순한 기술적 결함 때문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아무튼 핵문제는 2013331일 경제-핵 병진노선을 천명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인 갈등과 마찰을 빚는 사안이다. 최룡해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한 해 동안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불편하였고 작년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는 듯하였으나, 핵실험·미사일 발사장면이 문제가 된 모란봉 악단의 중국공연 취소로 갈등이 표면으로 다시 올라왔다. 이러한 불편한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금년 신년사에서 핵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했다는 것은 지난 흐름과는 분명히 다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제는 김정은의 입지가 공고해졌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나 16일 감행한 제4차 수소폭탄 핵실험에서도 보았듯이, 이러한 언술상의 변화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제는 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면서도 핵이나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감추었느냐 하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핵실험에 대한 결정이 작년 1215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되어 있으니, 북한의 모란봉 악단이 중국과의 마찰로 철수하고 돌아간 때(12.12)로부터 3일 후에 그러한 결정을 하였다. 모란봉악단 철수 사건이 핵실험을 촉발한 자극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핵실험을 준비하면서도 핵과 병진노선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북한이 이제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악악대고 큰소리 위협하지 않아도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전혀 이득이 없는 군사전략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2. 7차당대회를 위한 경제건설 강조

 

   올해 신년사는 단연 경제건설에 대한 강조가 핵심이다. 과거에는 정치와 경제, 또는 경제와 국방 등 양비론을 유지했으나 7차 당대회를 앞둔 올해는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해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하겠다고 밝히며 경제문제에 집중하였다. 경제건설이 돋보이는 배경에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핵문제와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부각된 측면도 있고, 작년에 사상, 군사, 경제, 인재, 체육, 통일 등 6개의 분야로 분산되었던 강국건설의 목표를 올해는 경제강국 건설로 집중함으로써 경제문제가 두드러진 측면도 있다. 인민생활문제를 천만가지 국가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내세우며 제7차 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경제적 성과를 강조한 것도 경제문제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신년사의 내용을 보면 당 7차대회에서 새로운 국가의 목표를 내놓을 태세다.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는....우리 당이....이룩한 성과들을....총화하고....우리 혁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7차 당대회를 계기로 종합적인 경제개발계획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려면 경제발전에 대한 전망이 서야 한다. 워낙 오래전부터 인민생활을 한 계단 더 높이고 당 제7차대회를 한다는 것이 김일성의 교시이고 당의 확고한 방침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7차 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경제발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주문과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볼 때, 당대회를 계기로 사유화·시장·자율성 확대를 포함한 획기적인 경제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강국 건설은 김정은의 지도력 확립에 대단히 중요하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은 경제발전을 통한 주민생활 향상에 달려 있다. 주민들이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설 사업이나 생활상의 변화가 확실하게 감지되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당중심으로 통치하려면 김정은이 당총비서의 지위를 갖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20124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당 총비서로 추대했다는 점이다. 헌법에 이미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되어 있고, 영원한 당총비서의 지위도 부여한 터라, 김정은이 당의 어떠한 지위를 갖고 통치를 해나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1비서라는 김정은의 당내 직위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총비서에 버금가는 새로운 직위를 신설할지 주시해 봐야 할 것이다.

 

3. 절박한 듯 절박하지 않은 통일과 평화

 

    금년 신년사에서 통일부문의 내용은 작년과 비교할 때 새로울 것은 없다. 새로움이라는 측면에서는 금년 신년사보다는 2014년과 2015년의 신년사가 오히려 더 파격적이다. 2014년에는 김일성 주석이 통일관련 문건에 친필을 남긴 20주년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제안을 하였고, 2015년에는 분단·광복 70주년을 맞아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에 비하면 금년에는 작년 광복 70주년의 제안을 상기시키며 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시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선언을 되풀이하는 정도로 소극적이며 방어적이다.

현재 핵문제나 인권문제로 북한이 처한 국제상황은 대단히 불리하다.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남한으로부터의 지원과 협력은 긴요하다. 우선, 남한이 추진하는 통일준비 노력이 북한의 체제변화제도통일을 위협한다며 거부감을 표시하였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중단하라고 요구하였다. 통일문제가 가장 절박하고 사활적인 민족최대의 과업이라고 말은 하고 있으나 절박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체제유지이며 생존이다. 이런 점에서 작년의 북남고위급긴급접촉의 합의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역행하거나 대화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한다며 민족내부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공조를 구걸하거나 청탁하는 놀음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론의할 것이라고 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한국의 대북압박 활동을 제어하려는 데 있어, 방어적이며 수세적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미국에 수차례 요구했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도 신년사에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평화협정에 대한 요구를 하는 대신, 작년의 노력을 평가하는 방식 정도로 언급하였을 뿐이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할 데 대한 우리의 공명정대한 요구를 한사코 외면하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정세를 긴장격화에로 몰아갔으며라는 평가로 대신하고 있다. 작년 8DMZ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긴장과 위기가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이를 빌미로 미국과의 협상이나 평화협정을 하겠다는 기대감은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7차당대회를 치르고 경제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만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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